Travel/'22 여름 싱가포르 4박6일(完)

11. 3일차 - The Cliff

ごろごろ 2022. 10. 3. 11:10

원래 휴일에는 블로그 잘 안적는데 특별히 적어드리는 겁니다

The Cliff

어렵지 않게 야생 공작을 마주할 수 있다. 알아서 사람을 피하나 덩치가 크니 주의할 필요가 있어보임

찬찬히 해변가를 거닐다 보니 어느덧 정오입니다.

이전 끼니까지는 현지 식당 체험 목적을 겸해서 예약 없이 다녔다면

이번 끼니부터는 미식탐방이 목적이라 대부분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놓고 방문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것보다 훨씬 크다. 토토로 생각이 난다

The Cliff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센토사 섬 중앙

5성급 호텔인 소피텔 리조트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혹시 방문 예정이신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비치셔틀 정류장에 내리면 뒤쪽 숲에 바로 올라올 수 있는 계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걸 모르고 구글지도에서 안내하는대로 차로를 따라 15분가량 언덕길을 올라왔...

구글이 지름길까지 안내하진 못하니 이렇게 경험이 없는 경우엔 은근 도움이 안됩니다.

 

5성급 리조트 호텔이라고 단층 구조에 개방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The Cliff는 중앙으로 쭉 통과하면 좌측 복도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실내석, 야외석 둘 다 있지만 당연히 야외 테이블이 훨씬 인기있습니다.

제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빈 자리가 발생하지 않을만큼 꾸준히

손님들이 계속 오고가며 자리가 꽉 차는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습니다. 예약경쟁이 아주 치열한 편은 아니였습니다.

 

여담으로 이러한 특수성(야외+5성급 리조트호텔 식당+이탈리안) 때문에

필자가 예약 단계에서부터 상당히 기대를 많이 하고 온 식당이 되겠습니다.

얼마나 맛있으려나 두근두근

 

의자가 안락해 사진 각도가 잘 안나왔지만 실제로는 해변가가 한눈에 보이는 경치입니다.

저도 예약을 늦게하고 한명이라 한줄 뒤쪽에 배치되긴 했는데,

단체손님이라면 미리 예약을 하며 해변가쪽으로 추가 요청을 넣는게 좋을듯 합니다.

 

처음에는 메뉴판을 가져다 주시나 사진을 잘 보면 화분의 QR코드를 스캔해

스마트폰으로 메뉴를 보며 추가주문을 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이 식당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내의 다른 식당들도 요런 방법을 꽤 많이 채택했더라구요.

물론 못보고 메뉴판을 다시 요구한다 해서 꼽주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기대가 커서 메뉴 설명을 읽어보니 다 맛있어보여 조금 많이 주문했습니다.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니는 공작새. 실제로 손님이 남긴 피자를 주워먹는데 성공했다

Atlas Bar편 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식전주는 샴페인부터~

 

사실 필자는 레드와인, 위스키와 같이 주 관심사인 주류 외에

화이트와인, 샴페인쪽은 견문도 상당히 짧고 맛 구별을 거의 하지 못합니다. 고놈이 고놈...

근데 뭐 그게 중요하겠습니까. 기분만 내면 되지 ㅎㅎ

 

식전빵. 따듯하고 하얗고 딱딱한편. 버터는 가염버터

처음으로 나온건 볼로네제~ 이탈리아하면 역시 파스타죠.

아 근데 이거 주문을 좀 잘못한게... 그냥 스파게티니 면일줄 알았는데

펜네로 나오더라구요... 양도 훨씬 많아지고 은근 먹기 빡센데

(메뉴에 면 종류 설명이 빠져있었음)

 

맛은 좋았습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토마토 미트 파스타 하면 생각나는

토마토소스, 다진 고기, 후추와 향신료의 감칠맛이 납니다. 치즈도 갈아서 뿌려진게 보이고요.

통상적인 맛이지만 당연히 레토르트 보다는 고급스러운 그러한...

그렇다고 예상을 확 벗어나는 감동이 있지는 않은 그런 정겨운 맛의 범주

다 좋은데 은근 밀가루 면 종류를 가리는 필자한테는 펜네인게 부담스럽게 다가오네요.

이후의 식사도 생각해 2/3 정도만 먹었습니다.

 

끼안띠를 주문했으나 재고가 없어 바꿔주신 피노누아

이쯤에서 주방에 살짝 문제가 발생한건지 점원분이 와인을 가져다주며

식사가 조금 늦어질것같다 기다려달라 말씀하시더라구요.

뭐 시간 여유도 있고 경치도 좋고 마실것도 있으니 알겠다 하고 적당히 기다렸습니다.

(30분 정도)

 

Lamb Chob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메인요리 양고기~ 굽기는 미디움으로 부탁드렸습니다.

가니쉬로는 초리조 퓨레에 양고기 소스, 구운 야채와 뭔지 모르겠는데 콩이 나왔네요.

 

이후의 식사와 다이닝에서 메인으로 소고기를 먹을 일이 많아질테고,

어제 Atlas Bar에서 돼지도 먹었겠다 일부러 배치를 고려해 구상해놨던 양고기입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양고기를 꽤 자주 다루기도 하구요.

 

음 근데 이거...

기대가 너무 커서였는지 의외로 대단한 맛이 아니였습니다.

미리 구글 리뷰로 봤을때는 크러스트를 둘러 구워주던 때도 있던듯 한데...

조리법을 바꾼건지 상당히 마일드하게 나왔네요. 겉이 조금 탄것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상한 양 잡내가 나거나 맛이 없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아서 다 먹었습니다.

요녀석은 글 아래 총평에서 조금 더 다루도록 합시다.

 

식사의 마무리로는 디저트, 이탈리아식으론 Dolce 라고 부르죵

 

메뉴에 이것저것 종류가 다양했으나 저는 젤라또로 선택했습니다.

젤라또 안에서도 여러가지 맛 중에 고를 수 있는데,

Pabana라고 처음보는 놈이 눈에 띄여 주문해봤습니다.

패션후르츠, 바나나, 망고를 섞은 맛이라고 하네요.

 

아 이거~ 이런 말 하면 안되는데~

이날 The Cliff 식사 중에 제일 맛있었습니다. ㅋㅋ

메뉴 이름 그대로 각 과일의 장점만 따온듯한 상큼달콤한 맛이 더운 날과도 어울립니다.

 

점심식사를 다 하는데 대충 1시간 40분정도 소요한것 같네요.

조금 오래 걸리긴 했으나 휴식도 취하고 리조트 분위기도 즐길수 있으니 나쁘지 않습니다.

가격은 뭐 적당히 비싸나 터무니 없지는 않은 정도로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식당 옆에 호텔 수영장이 있어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이날 식사는 앞서 설명드린 이유 때문에 필자가 방문 전부터 상당히 기대하던 곳이였습니다.

국내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트라토리아를 여기저기 다녀봤을때

하나같이 풍미있고 맛있으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으니

그보다 윗단계 식당이 많은 싱가폴 + 주말 + 야외 + 5성급 리조트 + 구글 리뷰도 좋은편

이니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허나 이곳은 이것저것 사소한 문제가 꽤 많아서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일단 식사간의 간격이 너무 길었습니다. 적당히 여유로운 식사간격이라면

각 메뉴를 천천히 즐기면서 휴식을 취하며 기대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었을테나

이날만 그런건지 주방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게 확실히 보였습니다.

그나마 점원들이 여유롭게 잘 대처하는 편이였던게 괜찮은 모습이긴 하네요.

 

그 다음으론 메뉴 그 자체의 맛에 있습니다.

파스타는 면 종류를 구분할 수 없었던 이슈가 있었지만 사소한 정도였고

양고기의 풍미가 식당의 수준에 맞지 않게 너무 평범했던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가 기대했던건 약간의 기술을 더해 풍미와 육즙이 올라온 감칠맛나는 양고기였는데

겉은 타고 속은 양고기만의 특별한 장점이 살아나지 못해

이탈리아식인지 그리스식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거는 위에서 언급한 주방의 문제 때문에 이날만 그런거였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같은 관광객은 다른 날을 기약하는게 아니라 당일 한순간만 경험하니까

이런 경우엔 실망할 수 밖에 없는게 사실입니다.

 

기대가 큰 만큼 아쉬운 부분이 있어 감상이 길어졌네요.

그래도 여행은 늘 굴곡이 있어 의미가 있는거니까, 계속해서 이어가 봅니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