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2 여름 싱가포르 4박6일(完)

13. 3일차 - Yen Yakiniku

ごろごろ 2022. 10. 5. 17:55

Yen Yakiniku

1일차 호텔편에서 언급한 바 있는 Park Royal 건물 근접샷

싱가폴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한가지 신기한 점을 발견했는데

바로 식당 쪽에서 일본음식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이였습니다.

야키니쿠, 라멘, 이자카야, 야키토리, 오코노미야끼 전문점의 빈도가 서울의 그것보다 높으며

그 나라에 맞게 변형된 것이 아닌 일본 현지의 모습과 비슷하게 운영중인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규동 체인점 요시노야는 아예 상호 그대로 들어와 있기도 합니다)

 

찾아보니 2차 세계대전 시절에 일본군에게 점령지배를 받던 시절이 있다 하던데,

그때의 영향이 있는게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아님말고~

아무튼 일본 입국이 제한된 이 시점에 일본음식하면 껌뻑 죽는 필자가 기회를 놓칠 리 없어

가장 괜찮아보이는 야키니쿠집을 사전에 예약해두고 오늘 저녁식사로 즐겨보고자 합니다.

 

Yen Yakiniku는 차이나타운 아랫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커다란 차이나타운 뿐만 아니라 일식, 한식당이 모여있기도 하네요.

LA에도 전세계의 이민자나 교민들이 모이는 ~타운이 서로서로 뭉쳐있듯이,

이 차이나타운 인근 지역도 그러한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뒷골목을 찍으면 뭔가 있어보일줄 알았습니다
현대의 건물양식은 아닌듯한 주상복합이 몰려있다. 도색이 깨끗하고 아기자기하다
Yen Yakiniku 입구.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 찾기 힘들수도 있다

실내는 15좌석 정도 테이블석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검정 대리석이 반짝거리는 현대적인 디자인이 세련돼 보입니다.

 

메뉴의 구성도 일본의 그것과 거의 일치합니다.

다만 적혀진 메뉴가 모두 있는건 아니고, 시기별로 추천하는 부위가 달라진다고 하네요.

모든 고기부위는 소금&후추, BBQ 소스, 갈릭소스, 된장소스중 고를수 있습니다.

 

일본 여행기에서 설명한 적이 없으니 잠깐 조잘대보자면

야키니쿠는 규탕(우설) - 소금구이(시오) - 양념구이(타래) - 호르몬(내장) - 식사(국이나 면)

순서로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원은 우리나라의 화로구이가 맞습니다. 일본에 넘어가 살짝 변형됐는데

독특한 소스맛과 우리나라와 다른 얇은 소고기 커팅기술이 묘한 매력이 있어

최근에는 우리나라 외식업계에도 역수출 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여 필자가 일본 방문때마다 절대! 빼먹지 않고 꼭 한끼는 배분하는 최애 식사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로스와 상갈비, 구워서 계란에 찍어먹는 스키야키 부위를 최고로 칩니다.

 

좌석 수에 비해 점원의 수가 꽤 많습니다.

1테이블(2~3좌석) 마다 개인 화로가 안쪽에 놓여져 있으며, 손님이 굽는게 아니라

화로 2개 정도를 점원분이 전담하여 맛있게 구워주시는 시스템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더 크다. 진짜 크고 무겁다. 그리고 맛있다
PORK JOWL(SPANISH IBERICO)

필자는 우설 부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생략하고

소고기에 들어가기 앞서 돼지 한 부위 정도를 시키려는데

점원분이 강력 추천해주셔서 시킨 PORK JOWL부위입니다.

스페인 이베리코라 하니 고기 품질에 자신있나보네요.

우리나라말로 번역하면 돼지 턱살 정도입니다. 아 소금&후추 맛으로 시켰습니다.

 

한번에 2-3점 정도씩 구워주신다. 손도 편하고 태울 걱정도 절대 없음!

으으음~ 따끈한 밥에 고기 한조각...

매장 추천 메뉴이기도 하고 굽기 전 마블링을 봤을때부터 기대가 컸는데 값어치를 제대로 하네요.

돼지의 누린내라던지 잡내... 그런게 없는건 당연한거고

돼지기름 특유의 감칠맛이 잘 숙성된 고기와 얇은 커팅에서 오는 쾌감이 목젖을 탁! 쳐줍니다.

그냥 먹어도 소금후추간이 절묘해 좋은데, 레몬즙을 뿌려 먹으면

침샘을 좔좔좔 자극하며 육질을 탱글하게 해주는 효과가 느껴져 더 맛있습니다.

 

SASAMI(FLANK)

이어서 소고기로 넘어가줍니다. 이 부위가 어... 지금 보니 좀 헷갈리는데...

아마 SASAMI(FLANK)가 맞을겁니다. 번역상으론 갈비 중 옆구리 쪽이라고 하네요.

이 친구도 소금후추맛으로 주문했습니다.

눈치 챘겠지만 먼저 요청하지 않아도 굽기 전에 사진 찍으라고 점원분이 기다려주십니다.

 

소고기는 한번 먹어보면 돼지에게는 미안하지만

돼지고기는 명함도 못내밀 풍미와 감칠맛이 몰려옵니다.

입에 한입 넣자마자 마음속으로 '이거지 이래야 고기지'를 연발하며 감탄했습니다.

질긴 부분도 하나도 없고, 살과 지방의 비율 조화가 완벽합니다.

 

레몬사와
JO KARUBI

마지막 고기부위로 JO KARUBI, 그러니까 상(上)갈비를 BBQ 소스로 부탁드렸습니다.

구워진 사진을 안찍었네요...

 

당연한 얘기지만 양념구이와 소금구이는 맛있음의 카테고리가 아예 다릅니다.

소금 특유의 침샘을 자극하는 고소한 감칠맛과 간장소스에 담궈진 부드러운 풍미는

서로 그 궤를 달리하죠. 당연히 둘 다 최고입니다.

미각이 방해받지 않기 위해 양념구이보다 소금구이를 먼저 먹는것은 상식입니다.

 

SEAWEED EGG DROP SOUP

마지막 식사로는 SEAWEED EGG DROP SOUP...

자꾸 영어로 길게 늘여쓰니까 조금 재수없어 보일수도 있겠네요. 계란미역국 입니다.

이쯤되니 많이 시킨것처럼 보이는데 많이 시킨게 맞습니다.

필자가 평소에는 다식하는 편이 아니나 입맛에 맞는 식사만 마주하면

이것저것 먹어보려고 신나서 살짝 과하게 주문하는 감이 있어서...

 

맛은 보는것처럼 계란미역국 맛입니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게

굳이 무엇인가에 빗대 표현하자면 참깨라면 국물에서 매운맛을 뺀 바로 고 맛입니다.

 

YUZU SORBET

마무리로는 디저트로 유자소르베를 주문했습니다.

유자의 상큼한 맛이 입안을 씻어주며, 유자 과육이 알알이 박혀있는것도 좋네요.

 

가만 보면 메뉴판에 유난히 유자-가 붙은 메뉴가 많이 보였는데,

일본 외에는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가 아니여서

신기한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목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해보니

ㅎㅎ... 확실히 먹은만큼 많이 나오긴 했습니다.

따져보면 싱가포르 모든 식사중에 한 끼니로는 가장 많이 지불했던것 같기도 하네요.

안그래도 야키니쿠가 양에 비해 비싼 음식인데 싱가포르의 17% 부가세와

점원분이 직접 정성들여 구워주시는 수고까지 가격에 포함됐을테니

납득은 가는 비싼 경험입니다.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로변으로 나오니 불교 사찰이 보입니다.

불아사 라고 부르네요. 불교 유물과 정원이 있는 당나라 건축양식의 사찰이라 합니다.

 

차이나타운은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다가 결국 겉만 보고 들어가보진 못했다

즐거운 식사로 적당히 부른 배와 약간의 알딸딸함을 가지고

3일차 마지막 일정을 향해 다시 센토사 섬으로 들어가봅니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