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2 여름 싱가포르 4박6일(完)

6. 2일차 - 뎀시 힐, 보타닉 가든

ごろごろ 2022. 9. 22. 17:45

뎀시 힐 (Dempsey Hill)

전날 침대에 머리를 뉘이자마자 거품물고 곤히 기절했고(사실 거품은 안뭄)

눈 깜빡했을 뿐인데 2일차 토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호텔 커튼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밝은게 오늘 날씨는 어제랑 다르게 화창한가보네요.

 

그나저나 이 호텔, 상당히 아늑합니다.

호텔 침대란게 마냥 푹신하기만 해도 은근히 허리가 아픈 경우도 있고,

뭐 딱딱하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피로를 회복하긴 커녕 누적되겠죠...

파라독스 머천트 코트 호텔의 침대는 적당히 푹신하면서도 좌우로 넓고

방 자체도 상당히 공간이 넓어 다른 여행지 호텔들 보다도 만족스럽게 휴식할 수 있었습니다.

 

썬크림 쳐발쳐발
호텔 바로 앞의 클락키 센트럴 쇼핑몰. 아주 크진 않으나 실속있고 시원하다
2층버스는 봐도봐도 신기하다. 2층 앞좌석에 앉으면 시내 투어버스가 된다

2일차 일정의 오전부분은 뎀시힐과 보타닉 가든 같은 도시 외곽의 녹지, 공원 관광입니다.

외곽이라 해서 어제 일정처럼 국경선 가까이까지 멀리 가는건 아니고,

대중교통으로 20분정도 거리에 위치한 정도의 살짝 바깥쪽 입니다.

 

1일차 에서 이동법 설명할때 말씀드렸다시피 호텔 바로 앞 클락키 센트럴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을 이용할 수 있어서 상당히 편리했습니다.

우측 위의 배차표만 봐도 상당히 많은 버스가 정차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 싱가포르 최다일듯

 

주말에다가 날도 좋아서 그런지 어제에 비해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이 보이네요.

이 일정 배치에는 싱가포르 현지인들이 어떻게 주말을 즐기는지 체험해보고 싶었던

제 의지도 어느정도 반영돼 있었는데 계획이 적당히 일치한 점이 기뻤습니다.

 

처음 타보는 버스는 넓고 시원하다는 감상이였습니다.

뭔가 좌석 끄트머리 라던지 모난 부분이 상당히 없고 적당히 깎아낸 디자인이 편안하네요.

좌석배치도 우리나라의 버스와는 꽤 다른 모습이였습니다.

이를테면 사진 중간 우측에 보이는 등을 기댈수 있는 세로쿠션도 그렇구요.

 

탑승법 자체는 우리나라와 거의 동일합니다. 앞으로 타서 뒤로 내리고.

현금은 잔돈이 없으니 되도록 교통카드를 태그하고... 내릴때도 꼭 잊지말고 태그해야 합니다.

누차 말하는 거지만 음식 뿐만 아니라 물만 마셔도 벌금입니다.

내리려는 정류장 전에 벨을 누르면 됩니다.

사람이 북적이면 버스 안 전광판을 보기 어려울 수 있으니 구글 지도를 계속 켜두는게 좋습니다.

기사아저씨의 친절도와 운전스킬은 딱 우리나라와 일본의 중간정도라는 감상이였습니다.

어쨌든 흔들릴때는 많이 흔들립니다. 주변의 잡을 거리들을 잘 찾아두는게 좋습니다.

 

여러모로 지하철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구석구석 다니는 버스라

싱가포르 여행 일정중에 상당히 많이, 그리고 편하고 쉽게 이용한 교통수단이 됐습니다.

 

발 올리지 말라고

발 올린 모습이 적발되도 벌금일까요? 하여튼 벌금의 나라라고 하니 별 생각이 다 들면서

어쨌든 행동거지를 조금이라도 더 조심하게 되는건 순기능이라 볼 수 있겠네요.

 

그렇게 16개 정류장을 거쳐 도착한 짜잔~ 뎀시힐입니다.

 

사실 뎀시힐을 어떻게 묘사할까 요리조리 많이 궁리해봤는데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 봐왔던 여느 곳들과도 색달라서 표현이 쉽지 않네요 ㅎㅎ;

 

일단 개요는 여러 팬시한 잡화점과 식당들이 몰려있는 장소인데

1층 주택으로만 넓직넓직하게 구성된 단지여서 여유롭고 한적했습니다.

혹자는 국내의 청담동 느낌이라 평가하던데 저한텐 그런 감상은 아니였고

오히려 미국 남서부 지방의 넓고 하얀 쇼핑몰 단지에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이런 부분에서는 유럽쪽 견문이 없는 저라 참 어렵습니다.

 

대충 외국 선진국의 하얗고 예쁜 어쩌구... 와 정돈된 정원이 어우러진 저쩌구...

아무튼 좋다는 뜻입니다 예.

 

진토닉같은 시원한 칵테일을 판매하나보다. 무더운 주말 낮에 한잔 빨면 시원~할텐데

탕린 디스틸러리... 진을 만들고 어... 뭔가 익숙한데...

잘 모를땐 한잔 마셔보면 딱 기억이 날텐데 오픈시간 전이였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사이클롭스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나무

이번 여행 일정중에는 호텔조식을 따로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그간 여러번의 여행을 통해 근처 식당에서 먹는 경우도 있고,

늦잠자느라 조식을 거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날 아침도 굳이 챙겨먹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뎀시힐에서 유명한 도넛집인

Burnt Ends Bakery에 들러 도넛 몇개를 아침 겸 먹어볼 심산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랩 배달부가 온걸로 보아하니 배달도 가능한가 보다

손님들이 적당히 줄 서있었으나 직원의 수가 꽤 많고 분업화가 착착 잘돼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매장 안에는 좌석이 없고 바깥쪽에 테이블이 꽤 많이 놓여져 있습니다.

 

도넛에는 역시 뜨끈한 코피 한잔이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도저히 안땡기더라구요...

이 날도 그렇고 더워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 커피, 하다못해 아이스커피 보다도

시원하고 상큼해 침샘을 자극하는 과일맛 음료가 떠오르게 됩니다.

 

일단 비쥬얼은 합격

바로 먹진 않고 도넛 두 종류와 탄산음료 하나를 포장해

나중에 먹을 심산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조금 더 돌아다녀봤으나 적당히 예쁜 건물과 정원들이 이어지고

제 여행 목적과 크게 일치하는것 같지는 않아 다음 공간인 보태닉 가든으로 이동했습니다.

 

보타닉 가든 (Botanic Gardens)

보태닉 가든은 싱가포르 중심지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정원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넓은 크기과 다양한 수목 식생을 자랑합니다.

그냥 큰 정도가 아니라 여의도 면적의 1/4 크기에 가까울 정도로 어마무시합니다.

 

대학 캠퍼스 정문마냥 잘 닦인 입구를 보니

지금까지 들렀던 도심지 거대 정원중에서는 신주쿠공원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입장료를 받는 신주쿠공원과 다르게 돈을 내야 입장이 가능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소지품검사도 따로 안하고 음식물도 반입 가능하지만

세계 문화유산인 데다가 현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장소인 만큼

얼굴 붉힐 일은 알아서 안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신묘한 공원입니다.

혹시 또 압니까 벌금의 나라니까 사복경찰이 잠입해있을수도... ㄷㄷ...

 

공원 외곽을 도는 셔틀버스도 무료로 운행중이다

지도로 보시다시피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어 차마 한바퀴 둘러볼 엄두는 전혀 나지 않고

입구 근처의 호수 근방만 적당히 둘러보다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날도 너무 화창해서 볕이 따갑고... 어제 동물원 두곳 투어의 영향도 무시할수 없었고

 

분명 어제 땀 뻘뻘 흘리며 오늘부터는 최소한으로 걸을거라 다짐한 나인데

정작 여행지에 들어가면 믿을건 두 다리밖에 없으니 고생을 사서 하게 되어버립니다.

초행길이라 더더욱...

저같은 욕심쟁이 관광객에게는 버림의 미학이 많이 추구됩니다.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지만

 

여행객보다는 소풍 나온듯한 현지인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쯤에서 잠깐 벤치에 앉아 휴식하며 아까 사온 도넛을 먹어줍니다.

 

커스타드 크림 도넛은 크림에 바닐라빈이 갈려 들어간건지 작은 조각들이 보였습니다.

신선한 크림 맛이 풍부하고 바닐라 향도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느끼하지 않은건 또 신기하네요.

대표메뉴처럼 보였고 대표메뉴의 품격이 느껴지는 맛입니다.

잼 도넛에 들어간 잼은 단순한 딸기잼이 아니라 크렌베리가 섞인 복합적인 베리 맛이 났습니다.

대놓고 설탕을 퍼부어 보편적인 단맛이 아니라 씨앗도 씹히고 적절히 쌉싸름한게

직접 갈아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감칠맛이 돌고 맛있었습니다.

산펠레그리노는 뭐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파는 이탈리아 탄산수니깐...

레몬맛 나고 탄산이 잘아서 좋았습니다.

 

솔직히 요 도넛들 먹기 전까지는 이 블로그글에

'뎀시힐은 특별히 갈 이유는 없을것 같습니다' 라고 적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이 도넛놈들 맛을 보고나니 그래도 헛수고 한것 같지는 않네요.

제가 국내에서 도넛을 자주 안먹어서 식견이 좁아 그런걸지 몰라도...

국내에서 흔히 먹어볼만한 맛은 아니여서 경험적으로 상당히 좋았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정원의 경치는 더할 나위 없고요.

압도적이면서도 다양한 수목림이 싱가폴 특유의 무서울 정도로 깔끔한 관리를 받아

자연의 편안함과 정돈된 쾌감을 동시에 느낄수 있는 묘한 감상을 받았습니다.

 

자연은 멀리서 경관을 감상해도 좋고, 자세하게 내부를 들여봐도 재밌는 것이

활엽수와 열대수목이 섞여 존재한다거나 열대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우리나라의 식생과 비교해보는 맛이 또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이건 필자가 자연계 학과를 졸업해서 저만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호호...

 

왕도마뱀 찾기 게임. 느릿느릿 얌전했지만 발톱이 꽤 무섭다

깃털색이 몹시 선명한 수탉. 일정 거리는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짜잔~ 도심쪽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호수인

백조의 호수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조각상도 백조가 날아가는 형상이며, 실제로 백조(큰 고니)가 살고 있습니다.

 

근데 이 호수, 다 좋은데 맞붙은 산책로가 안전 차단봉이 없고

은근히 호수 안쪽으로 빠지게끔 도로의 경사가 기울어있어 묘한 위기감을 받았습니다.

수초때매 안보이지만 딱봐도 수심 5m는 넘을텐데...

자녀를 가진 부모님이라면 확실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보였습니다.

아니면 나만 예민해서 이러는건지

 

큰 고니는 진짜 컸다. 거의 오리배만했음 ㄷㄷ(구라아님)

백조는 철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철새가 아니니까 이 정원에 상시 서식하고 있는거겠죠? 잘 몰?루

 

거북이 가족. 은근히 행인을 따라다니며 수영하는게 카와이하다

공원 중간중간에는 광활한 평지도 놓여져 있고

주말 피크닉을 즐기러 나온 현지 가족분들이 종종 보입니다.

공간이 워낙 넓고 다양해 여유가 있는 모습이 보기 편안합니다.

 

저는 볕이 너무 강하고 녹색 수목을 오래오래 즐길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여서

이쯤에서 돌아 나왔지만 뒤로는 다양한 수목과 호수가 수도 없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유네스코의 명성을 하는 장소네요. 이쪽도 무리해서 올 필요는 없겠다만

여행 일정이 3일 이상 된다면 한번쯤 들르기 좋은듯합니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