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2 가을 도쿄 2박3일

3. 1일차 - 호텔 메트로폴리탄 도쿄 이케부쿠로, 데판야끼 아사히

ごろごろ 2022. 12. 16. 16:27

호텔 메트로폴리탄 도쿄 이케부쿠로

이번 2박3일 여정동안 몸을 뉘일 호텔 메트로폴리탄 도쿄 이케부쿠로 입니다.

4성급이고 이케부쿠로 역 바로 맞은편에 존재해 접근성이 상당히 좋습니다.

 

지어진지 꽤 오래되었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으나

시부야, 긴자, 도쿄역같은 도쿄 중심지에서 살짝 떨어져 있되 야마노테선 안에 포함돼 있으며

일찍 예약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넓은 방과 좋은 시설을 예약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필자가 2017년 가족 여행때 숙박했던 호텔이기도 합니다. 오랜만이네용

 

여타 4성급 호텔에 비해서도 고급진 로비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트리로 크리스마스 분위기 업
시티뷰 더블룸

최근 싱가폴에서 넓은 방의 편안함에 푹 빠져버린 필자라

이번 도쿄 여행때도 미리 호텔부터 예약하며 혼자 쓰기엔 조금 넓은 방을 예약했습니다.

더블룸을 예약했음에도 위에 언급한 요소들 ~도쿄 살짝 외곽에 빨리 예약한~ 덕분인지

 중심지 아키하바라나 긴자, 시부야 인근의 싱글룸과 비슷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지어진지 오래되었다는 점이 인테리어에서 살짝 보이긴 하나

위생이나 청결 부분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닙니다. 구석구석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으며

오히려 원목과 밀크티색 벽지가 아늑하다면 아늑한 부분이 편안하게 느껴지네요.

 

시티뷰 창문 밖 전경

그리고 특히 시티뷰라는 명칭에 걸맞게 일반 룸보다 고층에 위치해

도쿄 외곽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심지어 맑은 날 아침경에는 육안으로 후지산을 관측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종합하자면 3일간 몹시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었던 호텔이였습니다.

 

데판야끼 아사히 (鉄板焼き あさひ)

오늘의 저녁식사 메뉴는 철판요리~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철판요리의 인기가 시들해져서 식당 찾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이렇게 일본을 올 때마다 찾아 먹는 메뉴가 되버린 감이 없잖아 있네요.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철판요리집을 검색해보니 호텔 바로 밑 지하에 하나가 있고

이 집이 나오던데, 조금 더 평이 좋고 세련돼 보이는 여기를 인터넷으로 예약 후 방문했습니다.

 

지하1층에 위치. 10좌석 정도의 조그마한 식당이다
첫잔은 맥주

예약내역을 간단하게 확인하고 자리에 앉자 곧이어 코스가 시작됩니다.

세후 14,800엔의 계절 특선 코스(가을)를 주문했습니다.

이 날은 손님이 저 말고는 생일인듯 보이는 커플 한쌍밖에 없어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서버분과 대화할 기회가 많아 좋았습니다.

 

고등어회, 샤인머스킷, 퓨레

첫번째 전채요리로는 고등어회와 샤인머스킷이 나왔습니다.

이 친구는 철판을 사용하지는 않았고, 주방 뒤쪽에서 조리되어 나왔습니다.

고등어와 샤인머스킷 반쪽이 번갈아 놓여진 플레이팅에 이게 뭔 조합이야?

라고 잠시 생각했으나 같이 먹어보니 의외로 궁합이 괜찮더라구요.

 

고등어회는 짜고 말랑한 식감에 샤인머스킷은 상큼하고 과육 특유의 씹는감이 있으니

서로 없는 부분을 채워주면서도 각 재료의 즙이 입맛을 돋궈주는 감상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재료 전반적으로 간이 슴슴한 편... 이거는 조금 더 묘사하자면

일반 고등어회와 샤인머스킷의 풍미가 5 정도라 쳤을때

요 친구들은 2~3 정도로 슴슴해서 조합됐을때 부담스럽지 않다~

정도로 표현할 수가 있겠네요. 이런 조합은 첫 경험이였는데, 아무튼 좋았습니다.

 

구운야채(감자, 당근, 고추, 버섯)와 홍합버섯크림소스, 그라나파다노 치즈

이어서 구운야채요리가 나왔네요~ 여기서부터는 철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단 메인 재료인 야채가 단단하지 않게 적당히 구워져 좋았으며

단순한 감자가 아니라 으깨서 다시 다진듯한 부드럽게 뭉개지는 식감이 좋았습니다.

소스는 홍합, 버섯, 크림소스, 소금후추 간이 모두 들어간것에 비해서는

의외로 재료들의 기조만 가져오고 너무 짜지 않아 야채와 더 잘 어울렸던것 같습니다.

 

이후에 나오는 요리들도 전반적으로 간이 슴슴했던 것으로 보아

이 집의 컨셉이 애초부터 그런듯 하여 보였습니다. 필자의 입에도 적당히 맞아 괜찮았습니다.

 

송어구이, 구운 파프리카와 마늘, 토마토샬롯 소스

다음은 생선요리~ 서버분이 영어가 안되셔서 소통에 애로사항이 꽃피어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Trout라 표현하시는걸 보니 송어가 맞을겁니다.

 

다이닝에서 생선을 구울때 비늘을 제거한 껍질을 바삭하게 튀기듯이 구워

식감을 살린다는 기술을 들어만 봐왔는데, 이날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구운 야채도 강하지 않게 적당히 씹혀서 좋았고...

싱가폴때도 그랬지만 구운 마늘은 하나정도 더 있으면 좋겠네요 호호

특히 저 소스가 인상적이였는데, 다른 코스에서는 맛나지  않았던

샬롯 특유의 산미 감칠맛이 적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글라스 와인. 캘리포니아산 까베르네 소비뇽. 살짝 달콤하고 바디감이 중간 이상
푸아그라, 모찌, 라즈베리 플람베 소스

이날 코스 메뉴판을 읽어보고 가장 기대하던 메뉴입니다. 푸아그라가 나왔습니다.

푸아그라는 거위 간으로서, 지방의 부드러운 풍미와 특유의 고기 향이 독특한

진귀한 식재료입니다. 프랑스 3대 진미에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거위 간, 철갑상어 알, 트러플 버섯)

 

블로그에는 적지 않았지만, 필자가 코로나 이전 고베 여행을 갔을때 그 유명한

고베규 철판 코스요리 도중에 상당한 풍미의 푸아그라를 매우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이번 코스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정보를 읽고 기대하던 식재료입니다.

 

이 집의 푸아그라는 고베의 중후한 그것과는 기조를 달리했지만,

그래도 밑에 깔린 모찌떡과의 조합이 좋았습니다.

떡은 살짝 쫀득하고, 푸아그라는 부드럽고 육향이 살짝 나고.

그리고 필자가 베리류 과일 중에서는 라즈베리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소스에서 라즈베리의 기조가 입맛을 잡아주고 깔끔한 마무리를 더해 더욱 어울렸습니다.

 

메인 와규를 굽기 전 사진타임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해주신다. 무슨 인증을 받은 모양
고기에 곁들일 츠유소스, 마늘칩, 오른쪽은 무슨 야채절임이였는데 몰랑

불쇼(플람베)

섬세한 칼질 감상도 철판요리의 매력중 하나
부위는 서로인과 안심 반반

오늘의 메인 와규가 나왔습니다. 굽기는 미디움레어로 부탁드렸습니다.

비싼 고기는 늘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안정적으로 옳았습니다. 야키니쿠나 스키야키 같은

다른 고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마치 두부와도 인접한듯한 부드러운 육질...

겉은 살짝 그슬리고 플람베로 잡내를 제거했으며 곡물먹인 소의 하얀 기름맛이

섬세하게 입에서부터 식도 앞까지 배웅해주니 친절하다는 느낌을... 이건 조금 오바같네요.

 

비하의 목적은 전혀 없지만 이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데판야끼 집들의 고기는

수준이 다 높고 비슷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닌 바로는 그런 느낌이였습니다.

메인 고기 특유의 맛은 비슷한 수준이니 코스에서 그 외의 요리들...

그러니까 전채나 야채, 생선 등에서 각 집마다의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네용.

후쿠오카 에서는 전채 로스트 비프가 맛있었고 이 날은...

아직 나오지 않은 뒤의 메뉴가 남아있습니다.

 

위스키 야마자키 DR(스트레이트)
밥과 계란을 다루는 현란한 기술
오므라이스. 당근과 감자 케챺 볶음밥, 계란과 파슬리, 데미글라스 소스

요리로는 마지막 코스인 오므라이스 입니다.

사실 이 오므라이스는 주문 자체에서부터 꽤나 고민했던 부분이 있는게,

데판야끼의 코스중 밥 부분은 갈릭라이스가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요 아사히의 코스도 갈릭라이스와 오므라이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하여

대표적인 갈릭라이스를 고를까도 했지만, 뭔가 자신있게 미는듯한 뉘앙스여서

앞뒤 조합을 배제하고 속는 셈 치고 한번 시켜봤습니다.

 

그런데 이 오므라이스가 제가 살면서 먹어본 것중 제일 맛있었습니다! 대성공

계란도 촉촉하고 케챂볶음밥의 간도 적절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오므라이스이나

저 데미글라스 소스의 풍미가 매우 깊고 과하거나 모자름이 없는 완벽한 상태여서

한입 떠서 입에 넣자마자 감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앞의 전담 요리사분을 몹시 칭찬하며 매우 맛있다고 연발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에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인 야마자키 DR을 곁들여 홀짝이니

이날 코스중 베스트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황홀한 경험을 했습니다.

옆 테이블 커플을 보니 아예 코스 중간의 조그만 접시가 아니라

오므라이스만 단품메뉴로 각각 한접시씩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계시더라구요.

괜히 먹던대로 먹겠다고 갈릭라이스나 주문했다가는 크게 후회할 뻔 했습니다.

 

밤 양갱과 홍차(따뜻한)
완식

마지막으로 디저트까지 먹고 꽤 길었던 코스가 모두 끝났습니다.

디저트는 그렇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없었던 듯 하네요. 것보다 이전편에서 봤듯이

땀 뻘뻘 흘리며 밥도 굶고 지친 상태로 시원하고 사각사각한 물을 한모금 마셨을때

상당히 맛있고 원기가 도는 느낌이였습니다.

 

입을 헹구며 식사의 여운을 정리하는 중에 옆 테이블에서는 남성분이 생일인 여성분을 위해

서프라이즈로 가져온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같이 박수쳐 드렸습니다.

박수 쳐줬으니까 케이크 한조각만 나눠주지... 다른 손님도 없는데 힝...

 

저 소머리뼈 장식은 싱가폴의 YEN Yakiniku 에서도 본것같은데?
계산대에서 쥐여주신 박하사탕. 오미야게라 말하셨다

길지 않은 3일간의 여정중 가장 비싼 음식이였고, 유일하게 예약 후 진행한 식사였는데

기대치를 아득히 뛰어넘어서 또 (나름)미식가인 필자의 마음에 쏙 들었던 한끼였습니다.

 

사실 코스 진행 중 메인 와규 부분까지는 크게 색다른 점이나 임팩트가 없어서

'뭐 적당히 좋네... 비싸긴 해도 도쿄 물가니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건만

오므라이스를 한술 뜬 순간부터 평가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가성비 따위를 고려할 수준은 이미 아득히 뛰어 넘은듯 하네요.

 

분위기와 서비스 모두 간만에 흡족한 집 중 하나였습니다.

운적인 요소가 많이 따르는 부분이지만 다른 손님이 거의 없고 조용해

혼밥을 즐기는 필자가 식사에 100% 이상 집중할 수 있었읍니다.

 

동시에 사실 서버분들이 외국 손님에 익숙하지 않은지 영어를 거의 못하긴 하셨는데,

(원래 찾아내기 어려운 곳에 있어서 그런지, 근 3년 가까이 외국인이 없었어서 그런건지)

이러한 악조건에 굴하지 않고 번역기까지 돌려가며

최대한 손님의 편의와 이해를 도우려고 노력하는 부분에 상당한 가산점을 주고 싶습니다.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식사를 더욱 맛있게 즐겼을 뿐만 아니라,

짧은 일본어와 손짓발짓 섞어가며 대화하려고 노력했던 즐거운 기억이 남은 좋은 장소였습니다.

나중에 또 방문하고 싶네요!

 

밤의 이케부쿠로

 

 

다음편에 이어집니다.